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흔히 짐 꾸리기와 여행 일정에 집중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건강 준비’는 소홀히 하기 쉽다. 특히 남미 지역은 풍부한 자연과 독특한 문화로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인 곳이지만, 위생 환경의 차이로 인해 수인성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장티푸스이다. 장티푸스에 대해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김광민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장티푸스는 어떤 병일까?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이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되는 전염병이다. 비슷한 질환으로 살모넬라 파라파이피균에 발생하는 파라티푸스도 있다. 모두 법정감염병이다. 이름에는 재밌는 유래가 있다. 티푸스라는 진드기 매개 질환이 있다. 예를 들면 발진티푸스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을에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쯔쯔가무시 역시 정확한 병명은 Scrub 티푸스이다. 이 질환의 특징은 고열과 전신통인데, 장티푸스는 역시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어, 티푸스와 증상이 비슷하다는 의미로 장티푸스로 이름이 붙게 되었다. 장티푸스를 영어로는 typhoid fever 쓰여지는데, 이때 typhoid라는 단어가 티푸스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장티푸스를 생각할 때 흔히 장염이니까 설사가 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지만, 이름대로 발열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만일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복통과 붉은 반점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비장비대 및 장천공, 패혈증 쇼크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900만에서 1100만 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동남아시아로 알려져 있고 일 년에 10만 명당 320.6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오염된 음식 혹은 물이 문제가 되므로,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남미·동남아·아프리카 등 위생 환경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발생률이 높아, 이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출국 전에 반드시 예방책을 준비해야 한다.
▲ 장티푸스, 예방할 수 있을까?
장티푸스를 막는 주된 방법 중 하나는 예방접종이다. 현재는 다당류 주사형 백신과 경구형 생백신이 있는데, 최근에는 알약으로 복용하는 경구용 생백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경구용 생백신은 격일 간격으로 총 3회 복용하는 방식이다. 바늘을 찌르지 않아 부담이 적고, 장에서 직접 면역을 형성해 약 3년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어 여행 준비 과정에서 쉽게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출국 최소 7~10일 전에는 접종 일정을 시작할 것을 권유한다. 그래야 면역이 형성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의 효능 2.5~3년에 42~67%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사제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으나 100% 효과가 없음을 인지해야겠다. 재밌는 부분은 앞에 이야기했던 파라티푸스에 대해서도 일부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처럼 편리한 경구용 백신이지만 생백신이므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나 임산부는 복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미국질병관리본부에서는 항생제와 같이 복용을 하지 않도록 권유하고 있다. 만일 항생제 투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마지막 투여 후 적어도 72시간이 지난 후 경구용 생백신을 복용을 권유하고 있다.
▲ 여행 중 유의할 점
앞에서 이야기드렸듯이 백신 접종이 100%가 아니므로 기본적인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생수를 마시고, 얼음은 피하며, 조리 과정이 불분명한 길거리 음식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또한 손 씻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모든 감염병 예방의 기본이다.
장티푸스 외에도 남미 지역에서는 A형 간염, 황열, 말라리아 등 다양한 감염병이 존재한다. 따라서 여행 일정과 체류 환경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예방접종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건강을 지켜져야 여행도 즐겁다.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지만 건강을 잃으면 그 어떤 일정도 즐겁지 않다. 여행을 떠나기 전, 짐 속에 넣을 물건들을 꼼꼼히 챙기듯, 예방접종도 반드시 여행 준비 목록에 포함하길 바란다.